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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1-09-09 07:43 수정일: 11-09-0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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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참기 (2011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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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admin
 조회 : 6,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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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다닐 시절 국내적으로 민주화운동이 한창이었습니다. 그 때의 대표적 구호는 ‘호헌철폐, 독재타도’였습니다. 기숙사에서 저녁 아홉시면 현관 옆에 있는 거실에 모두 모여 앉아 아홉시 뉴스를 시청하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를 지켜보았습니다.
주말이면 기숙사가 거의 텅텅 빕니다. 모두 주말 사역을 위해 맡은 사역지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어느 주말 저녁 아홉시가 되어 거실로 나갔는데 대여섯명이 모여 앉아 비디오로 무슨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동기 한 명에 모두 후배들이었습니다. 지금 뉴스시간이 된 것을 모르고 영화에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아 ‘아홉시 뉴스 보자’하고 소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꼼짝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안하기도 하고 화도 났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국에 돌아가는 정세에 관심이 없이 영화를 보고 있는 자체가 한심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래도 꿈쩍을 않고 자리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동기가 한 명 같이 있었기 때문에 강제로 채널을 돌릴 수도 없고 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한심한 것들’하고 소리를 쳤습니다.
방으로 돌아와 혼자 씩씩거렸습니다. 거실에 앉아 비디오를 보고 있는 모두가 생각 없이 사는 한심한 신학생들처럼 여겨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후배들은 사실 소리를 지르는 선배와 영화를 함께 보고 있는 선배 사이에서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동기는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아홉시 뉴스를 틀라고 요구하는 나 때문에 후배들 앞에서 자존심이 상했을 것입니다. 그 앞에서 저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모두를 한심한 사람들로 몰아버렸습니다.
생각할수록 무안하여 한참을 고민하다 사과를 하기 위해 다시 거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미 텅 비어 있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들어갔는지, 아니면 제가 나가고 나서 김이 새서 헤어져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날 동기를 만나 어제 일을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앉아 있었던 후배들에게 비쳐 졌을 제 모습을 다시 씻을 수는 없었습니다.
화는 낼수록 손해입니다. 한 번 폭발한 화는 주워 담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로 혹은 편견으로 자리를 잡아버립니다. 앞에서 한 번 쏟아 부어버린 것은 담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쉽게 화를 내어서는 안됩니다.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자신만의 명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명분이 옳은지 사실은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템포를 조금만 늦추어 본다면, 열 받을 때 심호흡을 한 번만 깊게 들이마셔 본다면 인생의 값진 것들을 최소한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화를 내더라도, 죄를 짓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해가 지도록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 (에베소서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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