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전 시애틀로 교육을 갈때 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주님 이번만큼은 나도 긴장 좀 하고가게 좀 어떻게 않될까요? 이케 기도하곤 눈을 감았다. 인기척이 들린다. 누굴까? 눈을 떠보니 이건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깐따삐야 만큼이나 뽀글뽀글 뽀그리 머리를 하신 흑석동 아주머니시다. 그런데 웬지 옷 모양새나 행동거지가 미쿡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다.

앉으시자말자 옛날 우리네 시골 어머님들 하시듯 가방에서 비니루봉지 하나씩 꺼내서 뭔가를 잡수시고, 신발도 벗고, 양말도 벗으시더니 아예 양반 다리로 앉아 조시기 시작한다. 문제는 졸고만 계시면 좋은데 내 어깨를 베개 삼아 마구 기대 버린다. "주님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가 연신 나오기 시작. 견디다 못해 아주머니를 살짝 밀쳐서 제자리 돌려 놓았더니 그 무시무시한 눈을 번쩍 드시면서 나에게 뭐라 하시는데 도대체 뭔 말일지 못 알아 듣겠다.

결국 손짓 발짓해가며 의사 소통한 끝에 알아낸 답은 아프리카 가나에서 시애틀에 있는 아들 만나러 간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꼬깃꼬깃 접은 종이 한 장을 내미시는데 아들 전화번호다. 나보고 내리면 전화 좀 해 달란다. 흐미............비행기 착륙하자 손쌀같이 먼저 달려 나가시기에 전화는??? 싶었는데 내가 비행기 내리니까 비행기 문앞에서 날 기다리고 계신다. 그때부터 날 그림자처럼 바짝 붙어 쫒아 오신다. 터미널에 나가서 아들에게 전화하고 어머니 모시고 내가 짐 찾는데로 나갈테니 거기서 만나자 하고 본의 아니게 여성분을 에스코트 하는 임무까지 지니게 되었다.

아들과 상봉한 어머니. 눈물로 아들 볼따구니를 쓰다듬고 꼬집고. 결국 모자 상봉을 내가 도운 셈이다. 그리고 나서 아들이 나에게 감사하단 말을 수도없이 연발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예기해 주었다. 우리 인간들은 이런 작은 도움과 사랑에도 감격하는데 하나님은 당신과 당신 어머님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선물로 주셨다고. 우린 그 사랑에 감격하고 감사해서 살아야 한다고. 그런데 오잉? 이 아들 감격해서 우는게 아닌가? 기회가 닿는데로 집 근처 교회에 나가서 하나님께 Thank you 하라고 전하고 난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나의 주기도문 고백은 또 꽝아닌 꽝으로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의 반복으로 마치고 말았다. 그날은 마침 TV 에서 월드컵 가나와 포르투갈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