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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4-09 10:55  수정일: 23-04-09 10:55
내리사랑 (2023년 4월 9일)
 글쓴이 : 이은진목사
조회 : 2,887  
5년 전 고난주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매 해 부활절이 다가오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부활이 더욱 기다려지고 그립습니다. 먼저 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설레임이 실제로 다가옵니다. 

어머니 기일에 화장하여 재를 뿌린 곳에 가족이 방문합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잠시 시간을 가지고 함께 있었던 시간을 나누고 돌아옵니다.

어머니 안 계신 5년을 아버지가 혼자 지내십니다. ‘아메니다’라는 한인 양로원에 계십니다. 아버지가 이 곳을 좋아하셔서 감사합니다. 한식이 나오고, 의료 봉사가 있고, 자체 교회가 있고, 말동무가 있고, 무엇보다 친절한 직원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그 무엇보다 어떤 환경에서든 긍정적이시고 유머를 잃지 않는 아버지로 인해 감사합니다.

매 주 월요일은 아버지를 방문하여 장도 보고 식사도 하고 들어가는 길에 꼭 가든에 들러 꽃 화분을 몇 개 삽니다. 꽃을 키우는 취미를 살리셔서 아버지 손에만 가면 시들시들하던 꽃들이 살아납니다. 무료한 일상에 하루하루 꽃이 자라나는 모습이 큰 위안과 기쁨이 된다고 하십니다.

아버지는 스스로도 말씀하시듯 잔 정이 없습니다. 경상도 남자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계신 분입니다. 속은 그렇지 않으실텐데 따뜻한 칭찬이나 사랑 표현을 자라면서 별로 들어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가끔씩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2년 전 연말 제가 코로나에 걸려 심하게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가 전화를 하셔서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생각보다 몸이 아프다는 말씀을 드리니 빨리 회복하도록 기도하겠다는 말씀을 하시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평범한 안부 대화가 오갔을 뿐입니다. 제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버지가 전화가 끊어진 줄 아시고 곧 바로 기도하는 소리였습니다. “아버지, 이 아들을 속히 회복시켜 주시옵소서”라고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소리를 숨 죽이며 들으며 울음을 삼켰던 적이 있습니다. 평생 잔 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잔 정이 한 번에 모여 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월요일 아버지를 만나 식사를 하면 밥값을 거의 아버지가 내십니다. 목회하면서 돈 쓸데가 많을텐데 아끼라고 하십니다. 동생이 합류해서 세 부자가 식사를 할 때면, 아버지가 동생에게 밦값을 내라고 합니다. “형은 목회하느라 돈이 없으니, 그래도 돈을 버는 네가 내서 형을 섬겨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동생은 또 “네, 그럽지요” 하고 순종합니다.

주 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문자나 전화를 종종 하십니다. 그런데 주말에 연락을 하시는 법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만났을 때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네가 주일 준비하는 금요일부터 주일까지는 천지가 개벽하는 일 빼고서는 내가 연락을 안한다”. 짐작은 했지만, 그 동안 금요일부터 주일까지는 거의 단 한번도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목회하는 아들을 배려한 것이지요.

묵직한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아버지를 어머니도 천국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실 것 같습니다. 충성 된 주의 종으로 목회 잘 하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여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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